프랑스 마르세유의 질 바비에(Gilles Barbier)가 한국에 상륙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며 프랑스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를 오가는 바비에의 역량을 아낌없이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 논리를 담는데, 이는 작가가 창조해낸 규칙과 생태계에 의해 조직된 새로운 마이크로 세계이다. 그가 종종 본인의 작품 세계와 비교하는 영국의 수학자 존 콘웨이(John Conway)의 ‘생명게임(Game of Life)’ 원리는 임의적으로 배열된 세포들이 기본 법칙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 소멸하며 삶과 죽음 그리고 증식의 퍼즐을 만들어 낸다는 개념이다. 바비에는 이러한 방법론에 근거해 본인의 작품을 풀어내고 본인만의 창조적 세계를 만들어낸다.
<바나나가 박힌 머리(Banana Head
(Traumatic Insemination))> 2010 유색 천연수지 33×38×30cm
이번 전시 제목 ‘에코 시스템’ 역시 작가의 방법론을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표현하는 것으로 그가 경험한 변이와 증식의 새로운 유기적 세계를 보여줌을 상징한다. ‘머리(Head)’, ‘폰(Pawn)’, <꼬인 이야기로 된 세계(The Worlds as Braided Stories)> 등을 통해 자아에 대해 탐구하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에 조응하는 또 다른 생태계를 형성한다.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처럼 시작도, 끝도 없는 구조의 전시장에 놓인, 한눈에 보기에 이해 불가능할 것 같지만 얼마든 임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그의 100여 점의 작품 속에 흠뻑 빠져보자. 전시는 지난달 13일에 시작해 7월 31일까지 열린다.
· 문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02-3701-9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