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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6, May 2016

감각의 시대 내가 보는 것을 그들이 알게 하라!

Epoch of Sense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44 Letters from the Liquid Modern World)』에서 소셜 미디어에 빠지는 심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이든 그 어떤 때이든지 간에 스스로 아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알 수 있게 만드는 일이며, 따라서 중요한 것은 ‘보여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제언은 근래 두드러지는 미술을 감상의 태도와도 궤를 같이한다. 트위터(Twitter)로 날리는 촌철살인, 인스타그램(Instagram)으로 보여주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위해 ‘미술’은 꽤 쓸만한 소재가 되어왔다. 스스로가 얼마나 문화적인 사람인지, 어떻게 당신과는 다르게 살고 있는지 내보이기에 그만한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국경 없는 정보와 이미지의 홍수에서 나와 닮은 사람, 혹은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 헤매면서 동시에 타인과의 선 긋기에 열 올리는 이 시대의 유스(Youth)는 많은 것을 바꿔버렸고, 지금도 바꿔나가고 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작품을 오래 들여다보기보다는 쿨한 사진이미지로 재생산하고, 리그램과 스크랩을 통해 확산시킨다. 캡션이나 진지한 비평보다는 해시태그(#)와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이 새로운 감상자들 앞에서 미술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 기획 편집부 ● 진행 이가진 수습기자

데니스 패런(Dennis Parren) 'Don’t look into the light' 2013 3D printed SLS nylon, aluminium heatsink with fan, 50 watt LED’s 70×70×1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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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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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 시작해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는 <디뮤지엄 개관 특별전: 9개의 , 빛으로 깨우다>전은 아홉 개로 구획한 공간에 전시된 아홉 개의 작품을 통해 온몸으로 빛을 경험하게 한다 추구한다. 통로에 배치된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망막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 온다. 층고가 높은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아직 도달하지 않은 전시장을 울리는 발소리, 속삭이는 대화소리 무엇보다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리고 정확히 여덟 번째 방에 전시된 데니스 패런(Dennis Parren) <Colored Shadows: Dont Look Into Light> 이르면 찰칵 소리는 정점에 이른다


CMYK조명으로 연출된 공간 속에 관람객이 들어가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그림자들은 일반적인 그림자놀이가 주는 즐거움에 알록달록한 색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포토제닉한 공간이 된다. 휴대폰 카메라부터 DSLR까지 관람객들은 자신이 가진 장비를 총동원해 순간을 이리저리 찍기 바쁘다. 여기 완전 예쁘다, 나부터 찍어줘 외치며 자리씩 자리 잡는 인파를 피해 나오니 방금 작품의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해진다. 사실 CMYK 주로 인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파랑(Cyan), 자주(Magenta), 노랑(Yellow), 검정(Key=Black) 글자를 따서 만든 표시 모델이다. 제목에 명시하고 있는 Colored Shadow 그대로 색음현상, 색을 그림자라는 의미로 주위색의 보색이 중심에 있는 색에 겹쳐져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데니스 패런(Dennis Parren) 

<Dont look into the light> 2013 

3D printed SLS nylon, aluminium heatsink with fan, 50

 watt LEDs 70×70×15 cm  






빛과 색의 기본이 되는 요소를 활용해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유발하고, 그들의 그림자로 하나의 조각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작업의 기본적인 의도인 것이다. 만약 작가의 또다른 의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빛이 아니라 그림자를 보게 하는 것이었다면 아마 성공했다고 말할 있을 것이다. 거의 모두가 누구의 것인지 분간조차 없는 수많은 그림자를 향해 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광경은 요즘 들어 미술관이나 갤러리, 박물관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이라면 어디에서든 자주 목격된다. 다양한 미술품들을 앞에 두고 관람객들은 일단 카메라부터 꺼내든다.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작품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이하 SNS) 접속해, 간단한 키워드만 입력하면 그들 각자의 인증샷이 일사분란하게 뜨기 때문이다. 해당 SNS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프레임 안에서 혹은 추가적인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얼마든지 보정할 있는 사진을 통해 작품은 변형되고, 왜곡된다. 여기에 #ootd(outfit of the day) #daily, #selfie, #얼스타그램 이라는 개인적 일상기록을 조금 그럴 듯하게 하기 위해 art 부수적인 하나의 해시태그가 되어 다른 것들 틈에 자리 잡는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미술은 거들 이다. 인증이 인정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미술기관은 이러한 인증샷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관객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목표 하에, 전시장에서 관람객 자신이 찍힌 인증샷을 보여주면 재관람을 가능하게 하거나,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트위터는 이러한 미술기관들과 협력, 글로벌 문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트위터 뮤지엄위크 진행하기도 한다. 세계 77개국 3천개 이상의 예술·역사·과학·문화 분야 전시기관이 참여해, 공식 해시태그(#뮤지엄위크·#MuseumWeek) 활용하거나 외에도 다양한 주제별 해시태그로 전시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면 트위터에서 이를 모아 보여주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12 기관이 참여한 있다. 






안기현+신민재(AnLstudio) <워크숍 위한 플랫폼

2015  서울시립미술관, 김상태





2015 한국을 달궜던 전시로 단연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_마크 로스코>전을 꼽을 있을 것이다. 미술계 밖에서 오히려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올해의 미술전시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동안 25 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는 전시는 기획 자체의 완성도보다도 마케팅 측면에서 주목 받았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행사는 끝났지만 아직도 열광의 흔적은 도처에 남아있다. 티켓 사진부터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 엽서나 포스터 같은 기념품으로 꾸민 방사진 저마다의 감상 후기들이 인터넷에 가득하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시작해 부산시립미술관에서도 선보였던 <앤디 워홀 라이브>전처럼 대중적인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불리는 대규모 기획전 혹은 초대전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심화된다. 많은 관람객을 모을지는 몰라도 전시의 질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구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반발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진형록 씨는 2 전만해도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를 하는 미술관을 즐겨 찾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작품 감상보다는 작품 촬영에 열정적인 모습이 불편해 발길이 뜸해졌다 고백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다루는 전시여도 대기표를 뽑아서 들어갈 정도로 관람객이 많이 보이면 어쩔 없는 어수선함 때문에 전시에 집중이 될뿐더러,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 결과적으로 전시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 덧붙인다. 다가섰더니 걸음 멀어지는 형세다. 물론 SNS 개인 큐레이션의 채널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고, 미적 취향을 드러내는 일환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개인 페이지를 참고해 전시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이들도 많다






마르쿠스 회퍼(Markus Hofer) <Farbfoto (Cyan)> 

2015 Sculpture 110×90×90cm 

 Mario Mauroner Contemporary Art 





덕분에 전시는 뜻하지 않은 홍보효과를 누리고, 작가나 작품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된다. 분명한 순기능이다. 반면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전시장은 감각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촉발할 있는 예쁜 공간 되려고 한다. 평면 작업보다는 입체감 있는 조각이나 오브제, 설치 작업이 자주 눈에 띄고, 작가의 퍼포먼스나 매끈한 디자인 작업을 다루는 전시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미술이 새로운 , 사진 찍기 좋은 것으로 대상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일부라고 해도 분명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이들, 기획자 때로는 작가들까지도 변화하는 수용자(관람자) 태도에 변화를 유발하려는 시도보다 시류에 편승해 눈에 보이는 성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언명령처럼 널리 퍼진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편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시의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난해함을 일방적이고 단순한 미의 체험으로 치환시켜버리는 것이다. 


감상과 관련된 미학이론에서, 수용미학은 수용자가 적극적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을 강조한다. 현재 상황에서 해석과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석하는 시대에 따라 작품의 의미는 변화하고, 작품과 작가 위주의 논의에서 나아가 감상자의 위치를 격상시킨다. 반면 매체 미학은 해석과 이해보다는 체험과 지각 자체를 중시한다. 과정에서 감성적 지각 하나의 중요한 미적 범주가 된다.1) 기술과 문화가 변화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처럼 향유의 방식 또한 변화하기 마련이므로, 매체가 매개하는 감각, 내용을 수용자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켄고 나카무라(Kengo Nakamura)

 <Emoticon-Ourselves in Today's World> 

2015 130×97cm  Galerie Tamenaga





어느 때보다도 이러한 감각을 십분 발휘하며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오늘날의 관람객은 매우 적극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라는 것을 발견할 있다. 조금이라도 진지할라치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느낌이 없어 보여 꺼려진다. 그러나 그럴듯하게 채색된 이미지 앞에서는 경외감을 감추지 않는다. SADI 서효정 교수(디지털미디어디자인/인터랙티브아트 전공) 미술교육자로서 학생들의 전시 감상태도에 주목한다. 학생들의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전시장 내에서 직접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그를 바탕으로 작품의 이해를 넓히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또한 문자를 사용하기 보다는 아이콘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로, 이미지를 통해 사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교수는 작품을 보는 다양한 태도를 강조한다. 작품에 따라 분석이나 설명은 접어 두고 눈에 보이는 조형요소를 열린 마음으로 순수하게 감상하고 스스로 주된 의미를 찾는 것도 필요하고, 개념 미술과 같이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의미와 과정에 가치를 두는 많은 작품들의 경우에는 조사한 사실이나 관련 자료를 자신이 이해한 것과 일관되게 연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말한다. 이에 더해 작품을 통해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나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가려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함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다니엘 부에티(Daniele Buetti

<Am I cause of universe> 

2015 100×80×10cm  Galerie Ernst Hilger 





우리는 무리를 이루는 군중이 되었고 자신의 개성을 잃는다. 더는 자신만의 견해를 펼치지 못한다. 우리는 걸어간다. 미술 작품에서 미술 작품으로. 우리는 충분한 간격을 유지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중략) 손대는 행위를 금지 당한다. 우리는 미술을 하나의 이상으로 소비하고 더는 미술을 스스로 체험하지 않는다. 독일의 미술전문지 『네온(Neon)』과 『니도(Nido)』의 편집장인 니콜레 체프터(Nicole Zepter) 저서 『동물원이 미술관』에서 도발적으로 선언한다실제로 거의 모든 전시장에는 넘지 말아야할 선이 존재한다. 너머에 있는 작품에 다가설 없는 관람객들은 다만 팔을 뻗어 렌즈 속에 작품을 담는다. 그리고 해시태그를 타고 뉴욕과 두바이, 파리, 도쿄에서 일어나는 전시, 아트페어, 비엔날레를 누비고 다닌다. 바야흐로 동시대적 감상자들의 시대다. 그러나 감상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과연 미술을 진실로 흠뻑 체험하고 있느냐고.  


[각주]

1) 심혜련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새로운 아름다움이 세상을 지배한다』 살림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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