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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4, Mar 2016

뉴 올드_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디자인

2016.1.28 – 2016.4.27 서울대학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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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솔 예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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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사이와 시간 사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하여



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디자인이라는 부제를  < 올드>전은 물질, 구조, 배치, 제작, 전통적 사용법 등을 통해 전통과 새로움 사이로 접근을 시도했다. 독일 국제교류처(ifa)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으로 한국에 소개된  있는 큐레이터 폴커 알부스(Volker Albus)와의 협업으로 기획된  전시에서는독일을 비롯한 유럽, 미국의 45(), 국내 7() 디자이너/작가와 함께  80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아도 이전에 없던 , 중고가 아닌 , 이전과 다른 , 익숙하지 않은 ,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닌 으로 정의되는 새로움이라는 단어는 개념의 원리부터 오래된 것과 이미 있는 것을 부정하며 탄생했다.  이미 무엇이 있음으로써 새로운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기획에서도 역시 “‘새로운 것으로부터 소비되는 모티브들은 대부분 역사적인 맥락이나 관례적인 표현 양식으로부터 유래한다 이야기한다. ‘고전  디자인들을 변용하고 재탄생시킨새로운 디자인의 현주소와 함께 낡은 것의 재활용(re-cycling) 리디자인(re-design) 일면을 함께 짚어보는 전시가 되겠다.

 

나선형으로 전시장에 진입하는 미술관의 구조를 따라 돌아 들어가며 만나는  전시공간은 코어2 전시실이다. 이곳부터 3층의 진입로까지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관람을 시작하게 된다. 소은명, 패브리커(Fabrikr), 이보람, 맺음(Maezm), 주세균, 김자형, 양웅걸 이상 7() 한국 디자이너·작가로서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는데, 패브리커의 작품은 사용된 소재(olds)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재생되는 새로움에 접근하고 있었다. 쓰임을 다한 물건과 목재   없는 나무의 결에 쓰임을 부여하기도 했다. 김자형, 소은명, 양웅걸의 작품은 비교적 구체적 쓰임이 확실한 가구를 만들어 냈는데 각자의 독특한 소재 조합이 돋보였다. 양웅걸은 스툴, 탁자, 선반 등의 현대적 가구에 소반이라는 전통적 좌식 가구의 조형적 요소를 대입했다. 





질비아 크뉘펠 < 안하려고 꽁무니 빼는 비겁자> 2007 

, 오브제 220×134×52cm  Silvia Knuppel, Germany





쟁반이자 (운반 가능한) 식탁이었던 소반의 특징(테두리를 돌출시켜서 내용물이 쉽게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과 가벼운 중량) 입식 가구에 가져오자 가뿐한 느낌의 현대적인 가구가 탄생했다. 주세균은 전통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개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주입된 미덕과 통념에 관한 질문을 단어로 축약하여 글자의 형태를 가지고 식기를 제작했고이것을 사용하여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는 영상을 선보인다.  과정을 통해 이전 세대, 혹은 전통이라고   있는 통념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만, 장맛이 달라졌다는 어머니의 미각을 따라갈  없는 작가는 이해할  없음 동시에 호소한다. 전통적 가치를 표현하는 단어들은 영상 속에서 아버지가나에게 인내력을 따라 주신다.” 등의 문장으로 다시금 표현된다. 제사에 사용하는 제기처럼 진열된 식기들은 전통에 대한 미묘한 배반 혹은 의심을 암시하는듯했다.

 

45() 해외 작가들이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수만큼이나 다양했다. 하나의 전시를 구성하고 있지만, 한국 작가와 해외 작가들은 도록도 별도로 만들었고 전시 공간도 대체로 구별돼 있었다. 전시를 돌고 나자 실내 디자인의 장식적 요소인 양탄자와 가장 몸과 접촉이 많아서 생활을 크게 좌우하는 의자에 대한변용이  다채로웠다. 특히 페르시아 양탄자 문양에 관한 디자이너들의 관심은 각별해서 많은 이들이 이를 변용한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았다. 제바스티안 헤르크너(Sebastian Herkner) 페르시아 양탄자와 동물 가죽 깔개의 고색창연함을 융합하여 새로운 감각을 제시했으며 카트린 존라이트너(Katrin Sonnlei tner) 동양 양탄자의 불가해한 복잡성을, 쉽게 이해할  있는 퍼즐로 풀어버렸다. 양탄자의 문양을 중간선부터는 줄무늬로  늘려버린 리하르트 휘텐(Richard Hutten) <전통과의 유희>(2008)에서는 양탄자란 유럽의 디자이너들에게 매력이자 도전의 대상이 되는 요소라고 확신할  있을 것이다. 





소은명 <The Lines> 2014 나무, 고무밴드 

900×1,850×400cm  Soh Eun Myung, Korea





의자를 소재로  일련의 작품들에서는, 모더니즘의 상징이  캔틸레버 의자나, ‘플라스틱 의자 원형이 되어버린 모노블록(Monobloc)’ -지금 여러분이떠올리는 바로  모양이다- 재해석한 작품들이 돋보였다. 찰스 임스(Charles Eames) 비롯한 20세기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도전이었을 것이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올즈(Olds)’들도 있다. 마르티 긱셰(Marti Guixe) <붙이는 액자> 육중한 바로크풍의 액자의 모양을 테이프로 제작해 전통적인 액자를 가볍고 빠른 사물로 전복했다. 웬디 플롬프(Wendy Plomp) <박스 안의 메시지>에서 우편물 포장지인 종이 상자를  펼쳐서 사용한다. 위에 동양 양탄자의 고전 장식의 이미지를 그려 넣어서 종이 상자 양탄자를 만들어냈다. 다비드 하나우어(David Hanauer) 크리스 카벨(Chris Kabel)작품은 예전에는 조명으로 실용되었지만, 지금은 장식품이 되어버린 촛대를 변형/변용했고  빅게임(BIG-GAME) 폭력적인 사냥의 전리품이었던 박제를, 가벼운 소재를 엇끼워 제작할  있는 장식적 조형물로 바꾸면서 전통적 사물이나 가치를 재해석했다.

 

생활 태도와 양식의 이전과 오늘을 제시하는 작품도 만나볼  있었는데, 질비아 크뉘펠(Silvia Knuuppel) 주거수칙 시리즈 게으름뱅이에서 유사-바로크적 양식이 과도한 부르주아의 주거생활을 비웃으며 오늘날 30대의 생활에 맞게 변형한 옷장을 선보인다. 외관은 여지없이 독일 주거문화의 유사-바로크적 장롱이지만 스펀지로 만들어진  옷장의 용법은 전혀 다르다. 날카로운 것으로 째어낸 틈새에 살림살이를 꽂아 넣어서 보관하는 것이다. 수납의 효용은 떨어지지만, 서랍 깊숙이 차곡차곡 물건을 보관하는 것이 아닌, 당장 눈에 보이고 손에 닿게 늘어놓는 양태를 보여준다. 옷장에 찔러넣은 칼이  도발적인 작품이었다. 





리하르트 휘텐 <전통과의 유희> 2008 핸드 노티드,  

240×170cm  Richard Hutten, Netherlands





한편 베르너 아이스링어(Werner Aisslinger) 그의 작품 <책들> (2007)에서 책으로 책장을 만들어내면서 가벼운 놀라움을 자아낸다. 판형이  하드커버의 책들을 나사와 T, X자형 이음새를 사용해서 책장으로 탄생시켰다. 책이 못질을 당하고 책장으로 바뀌어 읽을  없게  모습을 보면서 애호가들은 야만적으로 느끼는 동시에, 1년에   펴볼까 말까  거대하고 무용한 -사물에 대해 처분했다 안도하는 양가감정을 느낄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모든 작품에 마련된 전시 해설에서 드러나는 단순한 수사적인 양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 작가들의  올드 관한 이해 여부를 떠나서 이를  가까이 끌어들이고 그와 화해하려는 욕구를 엿볼  있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 설명에는 이음, 소통, 조우, 조합, 연장, 기억 등의 단어가 사용됐다. 포기, 변형, 대안, 전복 등으로 설명되는 유럽의 디자인과 일정한 태도의 차이가 드러난다. 마치 끊어진 끈을 이으려는 시도로도 보였다.

 

한국 작가들이 보여준 전통의 요소에 20세기는 없다. 20세기에도  이전과 같이 사용을 했겠지만, 도자기도, 조각보도, 소반도, 병풍이나 찹쌀풀도 1900년보다는 훨씬 오래된 것들이 아닌가. 한국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이를테면 캔틸레버(cantilever) 의자처럼 20세기에 고안되어 새로이 고전으로 자리잡은 디자인은 찾아볼  없다. 이것은 한국 근대의 역사가 어떤 문화적 단절을 가져왔는지 고스란히 보여줬다. 어느 순간 계승이 끊겨버린 과거의 한국 디자인은 오늘날의 디자인 화법에서 소환되어야 하는 대상이 됐다. 반면 유럽의 디자인에서는 연속적인 타임라인을 그릴  있었다. 이런 대조를 확인할  있는 자리는아니었을까.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에드워드 (Edward Carr) 말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어떤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까. 이 글은 필자가 전시와 나눈 대화가 되겠다. 전시 서문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 그 무수한 ‘새로움’과 ‘오래됨’이라는 시간의 변주곡 속에 참여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적고 있다. 50명이 넘는 디자이너·작가의 작품이 제시하는 풍요로운 개념과 대화에 관람객들은 무수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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