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현실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조각과 예술은 그것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고 얘기한 토니 크랙(Tony Cragg)은 작업 초기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연적이고 유기적인 물질의 진화와 변형 속 잠재된 에너지를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해내는 데 집중해왔다. 1970년대 후반 처음 연 개인전에서 그는 인간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설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미니멀아트’라는 그 당시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사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조형적 접근 방식을 실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그리고 각각의 재료를 다루는 방식 또한 수많은 실험을 통해 약 40여 년간 발전시키며 조각과 예술에 물질의 특성을 부여해 왔다.
<Untitled> 2016 나무 190×61×62cm
‘형태 창조’라는 작가의 예술적 행위가 작업의 가치를 창조하는 근본이라는 점을 작가는 늘 강조한다. 그의 작품은 크게 ‘초기 형태(Early Forms)’와 ‘이성적 존재(Rational Beings)’라는 시리즈로 나뉜다. 1980년 후반부터 이어온 ‘초기 형태’ 시리즈에서 그는 주형(cast)을 사용하는데, 고대 플라스크부터 시험관, 유리병 등 다양한 형태의 용기를 함께 비틀거나 꼬아 독특한 형태를 자랑한다. 1990년대 들어와서는 조금 더 복잡하고 유기적이며 유연한 외형을 추구했으며, 2000년대 초기에는 기하학적 작업과도 연결되며 색도 화려해지는 등 시대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모했다. ‘이성적 존재’ 시리즈는 청동, 나무, 돌, 쇠 같은 재료를 활용해 원주형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람 얼굴과 같은 특정 형태를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 한 작가는 원형과 타원형의 횡단면을 세로축에 맞춰 정교하게 쌓아 올리고, 자르기를 반복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11월 8일 시작된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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