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공작인(工作人):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 2019.10

공작인(工作人):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
 


인간은 생존의 수단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장인적 활동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도구를 사용해 왔다. 그 가운데 미술과 공예는 전통적으로 그 장인 정신을 공유하며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전시가 내건 ‘공작인(Man The Maker)’이란 제목은 라틴어 ‘호모 파베르(Homo Faber)’에서 유래한 단어로, ‘도구로서의 인간’을 의미하고, 주로 공예나 디자인 영역에서 사용됐다. 일견, 공예는 현대미술의 지형에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데, 미술이 언제나 ‘만드는 노동’보다 예술가의 ‘지적 활동’에 방점을 찍어 공예가 갖는 장인적 성격과 거리를 둔 탓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인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자신을 일종의 장인으로 칭했던 점을 환기하며 현대미술 조각에서 드러나는 수공예 적 기법과 장인 정신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뒤샹 이후 70년대 아르테포베라, 80년대 페미니즘 미술의 급진적, 전복적, 정치적 작업들에서 공예적 요소들의 혁신적인 역할을 주장한다. 작품에 녹아든 ‘공예적 요소’는 현대미술 조각을 다른 관점으로 독해하도록 만드는 키워드로 기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전시는 최근 20여 년 간 현대미술 조각의 다양한 실천들을 포착한다. 참여 작가는 부이 콩 칸(Bùi Công Khánh), 강서경, 김범, 류 웨이(Liu Wei), 마이-투 페레(Mai-Thu Perret), 솝힙 피치(Sopheap Pich), 매슈 로네이(Matthew Ronay), 토마스 슈테(Thomas Schütte), 서도호, 로스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 팔로마 파르가 바이스(Paloma Varga Weisz), 클라우디아 비서(Claudia Wieser), 양혜규, 인슈전(Yin Xiuzhen). 이들은 공예를 주제로 사회•문화•정치적 맥락을 연구하고, 기술의 활용을 통해 조각 실천에 새로운 형식을 제안한다. 공예와 조각의 관계를 현대미술의 문법으로 살펴볼 기회다. 전시는 9월 5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문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1899-5566




클라우디아 비서 <무제> 2017 MDF 판에 구리, 도자기, 스테인리스강 96.8×248.4×140cm
ⓒ 클라우디아 비서, 메리앤 보스키 갤러리(뉴욕, 아스펜) 제공 사진: 오브젝트 스터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