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박은선 개인전 Infinito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서 만나는
박은선 개인전
Infinito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박은선의 개인전 가 토스카나주 해안 도시 피에트라산타(Pietrasanta) 카이로 아트 갤러리(Kyro Art Gallery)에서 9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그의 신작은 매끈한 대리석 구(球)가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매달려 색색의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크기와 높이에 따라 적게는 80개, 많게는 236개의 구로 이뤄진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물 안에는 LED 조명이 신비로운 불빛을 뽐낸다. 기둥 하나가 놓임으로써 주변 공간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드는 작품은 작가가 십 수 년째 천착해온 주제와도 같다. 기둥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개별의 구들이 손잡듯 맞붙은 형태는 공존·공생이 절실한 인간 존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땅에서 솟아 공간감을 이루는 기존 작품과 달리 그의 신작은 종유석처럼 천장에 매달린 채 아래로 드리웠다. 종잇장처럼 대리석을 켜켜이 얇게 캐내는 박은선 특유의 비법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구와 구가 닿는 지점에 낸 깨트린 틈은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숨길’을 통해 작가는 코로나19로 지치고 주저앉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불빛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편 박은선은 1965년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1993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카라라 예술국립아카데미(Accademia di Belle Arti di Carrara)를 졸업한 후 피에트라산타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제28회 프라텔리 로셀리(Fratelli Rosselli) 조각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취리히 대학교(Univercity of Zurich)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있다.




Photo: Nicola Gnesi © Kyro Art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