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창경(窓鏡) 전 2019.11

사색적 바라보기
<창경(窓鏡)>전


8.27-9.26 노블레스 컬렉션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린 노현탁, 황지현의 2인전, <창경(窓鏡)>의 전시 주제는 창(窓)과 거울(鏡)이다. 이는 각자의 시선에서 ‘사색적 바라보기’를 시도하는 장치이자 이번 전시 제목이다. 노현탁은 작가라는 창을 통해 본 세상 속 욕망을 그린다면, 황지현은 스스로를 관통한 거울 속 두 번째 나를 그린다. 이렇듯 두 작가 모두 ‘내재된 시선’에 집착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그 시선을 지난 결과물로 화면을 장식한다. 또한, 두 작가의 성향과 추구하는 표현 방식에 기반한 안료인 유화 물감(노)과 아크릴 물감(황)은 각각 그 특유의 물성에 따라, 또한 붓질에 의해 달라지며 결과물로 갈수록 각각의 의도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노현탁의 ‘미끄러진 초상화’ 시리즈를 보면, 끈적거림과 흘러내림 같은 인물의 피부 표현을 위한 유화 물감과 저주파 자극기의 움직임이 결합돼 자연재해, 이데올로기 등 외부 자극에 노출된 자극을, 특히나 시간이라는 외부 자극까지 더해 작가의 의도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후에 들어선 전시장은 오른쪽 큰 창을 통해 자연광이 비쳐 들어 실내 곳곳을 쾌적하게 밝혀 준다. 긴 햇살을 따라 왼쪽으로 시선을 옮겨 본 황지현의 <노래하는 밤(Singing Night)(03)>은 전체에 블루 톤이 짙게 깔린 작품으로 노랑, 보라, 골드까지 더해져 색감이 풍부하고 화려하다. 작품 속 눈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멍하게 생각에 잠긴 듯 눈동자는 허공을 가르고 있다. 이는 나를 향하는 작가의 눈이자, 나를 지나간 작품 속 눈이다. 모은 두 손, 말풍선, 그리고 자궁은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 이는 일종의 여성성을 보여주는 이미지이자 동시에 바깥세상과 단절된 자기지시적 순수기호로 작동한다. 작가는 줄곧 자신에 몰두한 작업을 보여준다. 자신의 삶의 반경 속 경험, 인물, 공간 등이 곳곳에 작품의 소재가 되어 작품 속 공간을 점유한다. 기존의 기능을 상실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이들은 연관 없는 시점들 속에 재배치된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나에 대한 ‘사색적 바라보기’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반추하는 한편 재편집돼 점점 실제의 나와 거리를 갖는다. 이런 거리두기로 인해 편집된 자신을 둘러싼 화면은 다시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기능을 갖고 돌아온다. 이는 돌고 돌아 현실을 보기 위한 거울인 셈이다. 
오른쪽에 이어지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코로스, 휴브리스, 아테(Koros, Hubris, Ate)>는 노현탁이 주목하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걸프 전쟁(The Gulf War)’이라는 오래된 뉴스의 기억을 끄집어 내 거기에 게임처럼 여겨지는 전쟁의 실상, 동시대를 살아가지만 미디어를 통과한 후 비인격화된 외부인을 채도를 낮춰 작품 아래에 배치했다. 미디어를 통해 남겨진 현실 사건의 이러한 이미지 파편들과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도상, 자본에 대한 종교적 부조리를 기독교 성화를 차용해 화면을 재구성했다. 이와 같이 욕망은 지속적으로 작가를 자극하는 소재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자신도 예외가 아닌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특히, 전쟁을 담담하게 대했던 자신, 가정을 이루고 나서 달라진 집에 대한 개념의 변화, 계층에 따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범위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 등을 적절히 배치해 당시의 사회를 반추하게 한다.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일찍이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우리는 보는 법을 배워야 하며 이런 사색적인 주의의 능력이 정신성을 갖추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사색적 바라보기’를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안으로 밖으로 천천히 오래 바라보게 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 박소희 영은미술관 전시팀장
 

 

노현탁 <코로스, 휴브리스, 아테> 2019 캔버스에 유채와 아크릴릭 150.3×301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