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희 킴_B.P 바디프루프 전 2019.08

기억을 건져올리다: 신체에서 신체로
<지희 킴_B.P 바디프루프>전


7.4-7.21 디스위켄드룸
                                                                                                                               
 



지희 킴의 아티스트 라이브 쇼케이스 <B.P 바디프루프>
2019 전시 전경 ⓒ 지희 킴 2019 All rights reserved 사진: 조준용



 
아티스트 라이브 쇼 케이스를 표방한 지희 킴의 퍼포먼스와 전시 소식을 전해 들었던 순간부터 전시장이 과연 어떤 현장이 될 것인지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작업의 매체와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지희 킴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업실을 공개하는 형식으로 하루 2시간, 3일 동안 진행되는 현장 퍼포먼스는 물리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큰 에너지가 수반되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그는 실크 스크린 기법에 매료되었으며, 이를 활용해 온몸으로 밀어내는 ‘몸의 언어’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몸의 언어가 무슨 의미일지 지희 킴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퍼포먼스에서 표방하는 즉흥성은 치밀하게 계산되고 준비된, 어쩌면 관객들의 층위도 어느 정도 예상 하는 것을 전제로 한 ‘즉흥성’인 경우가 많다. 반면, 지희 킴은 이러한 예상치 조차도 사전에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짧은 안내조차도 없는 상태로 즉시 몸의 언어를 보여주는 것을 실행했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작업과정을 바로 맞닥뜨리게 함으로써 ‘퍼포먼스가 시작이 된 건가’ 하는 의문과 호기심을 동시에 품게 만든다.
명료하고 간결한 결과물이 나오고 제약이 없는 레이어(layer)를 만들며 침윤이 가능한 매체인 실크스크린에 매혹이 되었다는 지희 킴의 작업방식은 비록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매우 연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2시간 동안의 퍼포먼스는 그가 작업하는 전 과정을 공개하면서 스스로 연출가, 작가, 배우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는 의식(ritual)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시선이 그의 행위를 따라가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규정해 놓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벗어나 그로테스크하거나 바라보기에 불편하기 그지없는 신체의 이미지들을 찍어내며 쉬지 않고 그의 몸을 밀어 ‘침윤’하는 행위. 수십 차례 그의 몸이 움직이는 만큼 반복되는 침윤도 깊이를 만들어낸다. 평소 평면으로 접했던 지희 킴의 작업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이 뇌리에서 한동안 떠나질 않았다.
드로잉 라이브 퍼포먼스를 마치자마자 전시를 기획한 의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관객은 그처럼 신체를 조금 더 사용하여 기존의 방식보다 다소 불편하게 전시 관람을 해야만 했다. 전시장에서 관객은 눈높이보다 제법 높게 설치된 테이블과 조그마한 계단을 만나게 된다. 그 위에 엇갈리듯 놓여 있는 그의 평면드로잉과 오브제들은 퍼포먼스에 이어 이제 관객과 조우하기를 원하는 지희 킴의 말 걸기에 또 다른 바라봄으로 관객 스스로 동참하고 싶어지도록 만든다. 관객도 각자의 ‘몸의 언어’를 ‘퍼포밍(performing)’ 해야 하는 순간이다. 조금은 위험하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기지만 말이다. 우리가 전시를 관람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나 형식이 아닌, 초청받은 이를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적극적인 전시 관람의 구성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지희 킴이 그의 드로잉 퍼포먼스를 통해 몸에 내재되어 있었던 기억의 언어를 끊임없이 외부로 꺼내는 것처럼, 전시를 관람하는 이 또한 그의 드로잉과 기록된 퍼포먼스의 영상을 보며 각자의 기억 속의 언어를 은밀하게 외부로 꺼내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전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몸이란 무엇인지, 이 전시가 보여주고자 하는 예술의 의미라는 것은 어떤 지점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지희 킴의 퍼포먼스와 전시 기간 동안 내 마음 속에서 계속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희 킴의 ‘기억’에 주목했다. ‘새삼스럽지 않은’ 그의 작업이란 지극히 사적인 그의 기억 안으로 관객이 침투하여 그가 꺼내놓는 사변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광장(퍼포먼스, 전시)을 통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파편적일 수밖에 없는 개인의 기억들이 비로소 확장되고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는 가능성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가 작업하는 화폭의 물리적인 크기도 책에서 벽화의 형태로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본다. 이와 더불어 그의 기억을 몸의 언어로 불러내는 의식도, 행위도, 관객을 초대하여 함께 기억을 나누고자 하는 작업의 과정들도 더욱 자유로워질 것을 기대한다. 그의 ‘실시간’ 드로잉 퍼포먼스를 통해 기억을 불러오며 그와 동시에 감각이 되살아나기를. 그리고 그것과 긴밀히 연결될 수밖에 없는 전시를 통해 지희 킴이 조율하는 기억의 덩어리 혹은 거기에서 파생되는 중첩된 기억들에 대한 다층적인 감각의 결들을, 그 혼란을 관객들이 즐겁게 누릴 수 있기를. ● 김현정 백남준아트센터 선임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