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이웃하지 않은 이웃 2019.02

이웃하지 않은 이웃

 

인스턴트 감정의 시대, 조금은 어둡고 묵직한 전시 <이웃하지 않은 이웃>이 서울 중구 KF갤러리에서 열린다. KF(Korea Foundation,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CGSI)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리버풀 대학 도서관에서 소장중인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와 관련된 사진자료를 독일의 데사우와 영국 리버풀 전시에 이어 비유럽권에서는 최초로 선보인다.
독일의 사진작가이자 민속학자인 한스 벨첼(Hanns Weltzel)은 1930년대 데사우 일대의 ‘집시’ 친족과 친교를 맺고 그들의 초상과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벨첼의 렌즈가 포착한 ‘운쿠(Unku)’ 등 ‘집시’ 희생자들의 초상은 낯선 이웃에 대한 호기심과 아우슈비츠의 폭력이 같이 갈 수 있다는 파시즘 시대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1930년대의 과거는 아직도 살아있는 과거이다. 캄보디아, 르완다, 구 유고슬라비아 등으로 이어지는 전후 제노사이드의 긴 목록은 우리에게 홀로코스트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대문명에 잠재된 위험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현재 기록된 집시 사진 대부분이 나치의 사찰이나 인종주의적 연구를 목적으로 촬영된 것에 비해, 한스 벨첼의 사진은 ‘집시’들의 일상적 흔적을 통해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서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나치의 ‘집시’ 박해 역사가 현대 대한민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두 차례의 연계 특강을 통해서 함께 고민해 볼 예정이다. 난민성을 주제로 한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1월 31일 강연에 이어 전시가 마무리되는 2월 28일에는 소수성을 주제로 로버트 비치(Robert Beachy)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 교수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국가를 초월한 역사적 공감을 통해 전쟁과 박해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한 우리국민의 이해 및 성찰계기를 제공하는” 전시는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KF갤러리 02-2151-6549



 
<데사우-로슬라우의 골드링엘, 베소 그릿즈너, 훌루, 딧서(왼쪽부터)> 연도 미상 디지털 스캔, 잉크젯 전시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