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Billy Al Bengston & Ed Ruscha_Reunited 전 2019.06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소식
Billy Al Bengston & Ed Ruscha_Reunited


4.1-6.22 VSF 서울
                                                              


                             
에드 루샤 2013 팔색 석판화 29×28in AP G,
2017 수공 녹청과 청동 주조 19.75×19.75×2in AP 4
 
                          
 
VSF(Various Small Fires)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위치한 갤러리로, 올해 4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했다. ‘Various Small Fires’라는 갤러리 이름은 에드 루샤(Ed Ruscha)의 사진집 『다양한 작은 불꽃들과 우유(Various Small Fires and Milk)』(1964)에서 가져온 것으로, 사진집에 수록된 라이터, 성냥, 성화의 불꽃과 같이 세상을 밝히는 다양한 불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VSF는 에스더 김 바렛(Esther Kim Varet)이 설립했다. 그는 예일대와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전문가다. 2012년 집의 거실을 쇼룸 삼아 작품을 전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2014년에는 단독 공간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갤러리를 운영한다. 140평(5000ft²)의 넓은 공간은 존스턴 마크리 건축사무소(Johnston Marklee Architects)에서 디자인한 것으로, 외부에서는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볼 수 없도록 고안된 막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밝은 흰색으로 안팎을 칠해 단연 눈에 띈다. 에스더 김 바렛은 일찍이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시아 관객을 만나고 싶어 하는 미국 작가들을 위한 가교 구실을 자처하며 서울에도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이후 조슈아 네이선슨(Joshua Nathanson), 조시 클라인(Josh Kline), 매스 배스(Math Bass)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개관전으로 로스앤젤레스 작가인 빌리 알 벵스턴(Billy Al Bengston)과 에드 루샤(Ed Ruscha)의 2인전을 선보인다. 갤러리가 위치한 미국 서부의 분위기를 비롯하여, 갤러리의 이름을 떠올려 볼 때 공간의 정체성을 표명하기에 가장 적당한 전시가 아닐까 싶다. 전시는 1969년 리스 페일리(Reece Paley) 갤러리에서 열렸던 <세 명의 현대 거장들(Three Modern Masters)>전을 모티프로 삼아 재연출한 것이다. ‘세 명’이었던 이유는 건물이 미국의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고안한 건물에서 전시했기 때문인데, 서울의 공간은 그렇지 않기에 <친구들 PALS(두명의 현대 거장들, 재결합, Two Modern Masters, Reunited)>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60년이 넘은 둘의 우정을 보여주는 작업이 전시됐다.
에드 루샤는 1960-1970년대 미국 팝아트, 그 중에서도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서부에 길게 뻗어있는 고속도로나 영화 산업을 소재로 한 작업을 제작했고, ‘Paramount’, ‘Gas’, ‘Honey’, ‘Western’ 등과 같은 문자를 작품 내에 직접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가 선택한 이미지나 문자는 간단명료하고, 직설적이며,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문구들은 20여 년 동안 미국 화단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추상회화의 물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언어를 기반으로 한 작업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7년 작품인 , , 등을 통해 개인적 경험을 대하는 작가의 유머러스한 태도를 보여준다.
빌리 알 벵스턴은 작가이면서 동시에 오토바이 레이서이자, 서핑을 즐기는 ‘쿨 스쿨(Cool School)’ 작가 중 한명이다. 그는 1960년대 오토바이와 관련한 서브 컬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작품에서 주로 사용하는 금속 재료와 락커 스프레이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의 차를 커스터마이즈하던 독특한 문화를 직접적으로 지시한다. 벵스턴의 작업도 자동차용 라커 페인트가 가진 매끈하고, 반짝이는, 밝은 색채로 대표되는 특성을 가진다. 전시장 안쪽에는 쉐보레(Chevrolet), 포드(Ford)와 같은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로고를 소재로 삼은 소규모 작품들이 전시되었고, (2016)는 셰브런(Chevron)사의 로고 형태를 차용해 만든 추상적 형태로, 색채와 형태의 레이어에 집중한다.
이 전시는 한국에서 선보이는 벵스턴의 첫 전시이고, 에드 루샤는 1999년 이후 20여 년 만에 한국 관람객을 만난다. 1980대의 거장을 서울로 초청해 작은 규모지만 2000년대 이후 작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VSF가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잇는 다리(bridge)의 역할을 할 것을 제대로 공표한 듯하다. 한국 미술 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플랫폼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 최정윤 독립 큐레이터